'HDL콜레스테롤'은 치매 방패

매년 전 세계 1000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뿐 아니라, 3초에 1명씩 새로운 환자가 발생하는 위험 질환이 있다. 바로 ‘치매’다. 중앙치매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황도 유사하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고, 2050년에는 치매 환자가 3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대의대 서유헌 명예교수는 “치매 예방법은 다양하지만, 평소 ‘혈압’을 잘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혈압, 치매 위험 13배까지 높여

혈압이 높으면 치매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혈액이 뇌혈관벽에 강한 압력을 가하면서 뇌혈관에 크고 작은 손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손상 부위에 콜레스테롤이 쉽게 축적되면서 혈관벽이 두껍고 단단해지며 좁아진다. 서유헌 명예교수는 “결과적으로 뇌에 혈류가 잘 공급되지 않을 뿐 아니라,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뇌의 안쪽 부분인 ‘백질(white matter)’에 퍼져 있는 작은 혈관(소혈관) 출혈이 생겨 뇌 신경세포 사이 신호전달이 끊어지며 치매 위험이 높아지기도 한다.

한편 혈관성 치매 환자의 30%는 알츠하이머 치매를 동시에 겪는다. 서유헌 명예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며 “뇌에 충분한 혈액 공급이 안 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 혈압은 이완기 혈압 80㎜Hg 미만, 수축기 혈압 120㎜Hg 미만이다. 실제 중년기 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이었던 사람은 노년기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이 18% 높고, 중년기 수축기 혈압이 160㎜Hg이었던 사람은 노년기 알츠하이머 위험이 25%까지 높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4761명 환자 데이터를 통해 중년기와 노년기 혈압 변화가 치매 발병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중년기·노년기 모두 정상 혈압이었던 환자에 비해 중년기에는 정상 혈압이었지만 노년기에 고혈압을 앓은 환자 군에서 치매 위험이 3배, 중년기와 노년기 모두 고혈압을 앓은 환자 군에서 치매 위험이 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년에 고혈압이었다가 노년에 저혈압인 사람의 치매 발병률은 13배로 가장 높았다.

고혈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성 치매의 원인인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도 많다. 미국 보스턴대학 로메로 박사 연구팀이 뇌졸중 또는 치매 경험이 없는 1686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중년부터 노년까지 고혈압이 지속됐던 사람은 계속 정상 혈압이었던 사람보다 뇌 소혈관의 미세출혈 위험이 3.4배로 높았고, 무증상 뇌경색 위험도 1.5배로 높았다. 중년에는 혈압이 정상이다가 노년에 고혈압을 앓은 사람들도 뇌 소혈관 미세출혈 위험이 2.7배까지 높아졌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심장협회학술지 ‘고혈압(Hypertension)’에 발표됐다.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면 치매 위험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도 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연구팀이 12편의 논문을 분석해 연구에 참가했던 9만2000여 명의 혈압과 치매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그 결과, 혈압을 적극적으로 조절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또는 인지장애를 겪을 위험이 7% 낮았다. 연구팀은 “혈압을 관리하면 심장은 물론 두뇌까지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콜레스테롤 관리로 혈압 낮출 수 있어

혈압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면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150분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술과 담배를 삼가는 것도 중요하다. 식사 중에는 적색 고기를 피하고, 채소나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더불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혈관 속 염증을 제거하는 좋은 콜레스테롤(HDL콜레스테롤)이 많고, 혈관 염증을 유발하는 나쁜 콜레스테롤(LDL콜레스테롤)이 적을수록 치매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 텐진대학교 연구팀이 2011~2017년 치매 환자 117명과 치매가 없는 건강한 환자 117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 수치와 치매 발병률과의 상관관계를 비교 분석한 연구다. 이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214㎎/㎗로 건강한 사람들의 평균치인 192㎎/㎗보다 약 10% 높았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도 각각 131㎎/㎗와 95㎎/㎗로, 치매 환자들의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약 27% 더 높았다. 반대로 HDL콜레스테롤의 경우, 치매 환자의 평균은 54㎎/㎗인 반면 정상인의 평균치는 60㎎/㎗로 치매 환자들에서 더 낮았다.

또한 연구 대상자들을 HDL콜레스테롤 수치의 높고 낮음에 따라 네 개 그룹으로 나누고 치매 발병 위험률을 비교했을 때,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가장 낮은 그룹보다 가장 높은 그룹의 치매 발병 위험이 81%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의 저자는 “HDL콜레스테롤은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고, 항염증 효과를 내기 때문에 뇌의 퇴화로 인해 발생하는 염증까지 완화할 수 있다”며 “HDL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 치매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의사들이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헌 명예교수는 “평소 HDL콜레스테롤을 높이고, LDL콜레스테롤을 줄이는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혈압 관리는 물론, 치매 예방에도 효과적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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